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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2019년 10월의 어느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가을이 왔지만 가을이 아닌듯한 조금 더운 낮이었다. 붉게 물든 단풍을 보러 남산타워에 가기로 했고, 사진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는 무거운 DSLR까지 목에 걸고 저기압천에서 상경했다.하지만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여름이 오는지 가을인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4호선을 타고 충무로역에서 내려 남산한옥마을을 거쳐 남산타워까지 오른다.나는 몇번이나 남산타워까지 걸어보았기 때문에 친구에게는 그렇게 멀지 않다고 말했다.충무로역을 나서면 10분 안에 남산한옥마을 입구가 보인다.이곳은 입장료가 따로 없지만 체험을 위해서는 체험비가 필요한 곳도 있다.평일인데도 한국인들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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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 안쪽에는 남산국악당이 주최하는 ‘남산골양탱크’라는 전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대한제국 시절 인천을 통해 커피를 수입했지만 당시에는 커피라는 외래어를 쓰지 않고 양탱크라는 이름을 썼다고 한다.그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면
“어서 오세요” “동굿 한 잔 주세요”ᄏᄏᄏ 아마 사람들이 두 손으로 공에 담긴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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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타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었다.물론 체험비를 내야 했고, 우리는 전시된 것을 구경하기로 했다.사용하는 기물이 번쩍번쩍해서인지 웬일인지 대한제국 시절의 느낌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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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을 나와 남산둘레길을 따라 남산을 올랐다.사람들의 옷차림에서 알 수 있듯이, 10월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반팔로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어떤 외국인은 민소매 차림으로 운동하고 있네.강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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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단풍보다는 금방이라도 단풍이 들 것 같은 나무들이 많았다.햇살을 볼수있는 곳에 있는 나무들보다, 그렇지 않은 나뭇잎이 더 초록색이었다. 아..올해 단풍은 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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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이 시작되고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걸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3정도 올랐을 때 남산타워가 보였는데 친구말씀 “오… 별로 멀지 않네. 걸을 수 있군” “……?ᄏᄏᄏ” 그렇게 10분 더 올라가서, 아아, 내려가기엔 너무 늦었네.. 고 한다.
올라갈 때마다 시야에서 더욱 커지는 남산타워. 이미 여러 번 가봤지만 질리지 않는 이유가 저 타워 때문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제 성장기를 함께한 느낌인가? 나는 컸지만 남산타워는 항상 저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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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보는 서울 시내는 치밀하게 잘 만들어진 레고 같다.좁은 국토에 어떻게 저렇게 건물을 잘 지었는지 한국인들 정말 똑똑해.물론 90년대에는 그보다 빈자리가 많았을 텐데. 세상은 진화하고, 사람도 진화한다. 과연 나의 30년 후의 서울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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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타워가 있는 광장도 관광객이 많아지고 곳곳에 잘 정비되어 있지만, 역시 높은 산이기 때문에 어른 키만큼 높은 안전유리창도 설치되어 있다. 뛰어서 깨어나지 않는 이상 강풍에도 고개를 끄덕일 듯한 경도였다.좋은 풍경을 보려면 당연히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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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다르게 가까이서 보면 정말 UFO 같은 느낌이다.1층에서 표를 구해 전망대 꼭대기까지 갈 수 있는데, 광장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졌다.그러나 맑은 날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전망대 구경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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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먼 저녁해가 붉게 물들어, 큰 빌딩의 뒤에 해가 숨으려고 하고 있다.해가 뜨고 해가 지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나에게 해가 지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그 익숙함에 속아 또 하루가 지나고 현재의 하루가 간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뭔가 분한 느낌이다.그래서 매일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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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은 이미 식전이었고 산에 오르니 배도 금방 고팠다.명동교자를 정말 오랜만에 방문했다. 그 매운 마늘김치가 생각나서 친구도 나도 명동교자에서 바로 OK! 항상 사람은 북적대고 다행히 기다리지 않고 앉은 순간 명동교자 표 자일리톨 껌을 주지 마.이것은 필시 식후에 필요하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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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국물이 진하게 우러나 깊고 묵직한 맛이 인상적이다.걸쭉하고 먹기 좋은 면발의 굵기와 부드러움이 좋았다.작게 만든 교자가 양념으로 올라가는데 하나씩 집어먹으면 왠지 맛이 좋아 아쉬울 정도다.교자와 함께 마늘김치는 지금의 명동교자를 만들어 준 효자 맛이 아닐까 싶다.맵고 따끔한 맛의 마늘 양념이 많이 들어가 있어 식사가 끝나면 입에 대지 않는다. 이제 새로 시작하는 애인이면 몇 번 더 만나고 여기로 가세요. #w 2019년 10월 가을 어느 날의 포스팅. 끝:)